추운 겨울철
바라만 보아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생강차입니다.
1. 인삼보다 귀한 생강,
임금이 마시는 생강차
이번 글에서는 생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옛날에는 생강이 인삼보다도
훨씬 귀한 약재로
여겨져 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치적을 모은
'국조보감'이라는 책에는
인종이 12대 왕으로 즉위하면서
조정 신하들에게
생강을 선물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습니다.
옛날 임금은 특별한 날,
공을 세운 백성과 신하들에게 생강을 하사했습니다.
고려 때는 전몰장병 가족에게
위문품으로 생강을 지급했고,
서기 1018년인 현종 9년,
북방 거란족과의 싸움에서
수많은 장졸들이 전사했는데,
이를 기록한 '고려사'에는
이때 전사한 장졸들의 부모들에게는
차와 생강, 베를
계급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는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또 당시 그러한 귀한 생강을
하사받은 백성과 신하는
바다와 같은 은혜에
감격해 마지않았습니다.
옛날에는 왜 특별한 날,
생강을 하사했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옛날에는 생강이 인삼보다도 귀했습니다.
생강이 얼마나 귀했는지는
조선시대 기록 곳곳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위의 몇 가지 사례가 바로 그러한 것이죠.
그러니 최고로 귀한 물건이므로
전사자 가족을 위로한 것이고,
즉위 기념 선물로써 하사했던 것입니다.
조선 말기인 고종 때는 청나라에서 사신이 왔습니다.
궁궐에서 손님을 맞아 다과상을 차렸지요.
'승정원일기'에는 이런 경우
임금에게는 연한 생강차를,
사신에게는 인삼차를
내놓는 것이 예전부터 내려오는 관례라고 적혀 있습니다.
조선 후기 '영조실록'에도
생강차와 인삼차의 관계가 보입니다.
영조가 원로대신인 홍봉한과
이야기를 나눌 때
당직 승지가 관례에 따라
임금에게는 생강차,
정승에게는 인삼차를 준비하겠다고 하니
영조가 말리며 홍봉한이 마실 차 역시
생강차로 인삼차를 대신하라고 분부합니다.
홍봉한은 영의정을 지냈던 데다
사도세자의 장인, 정조의 외할아버지니
영조에게는 사돈이 되는 것입니다.
임금과 신하 사이를 떠나
사돈을 최대한 예우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임금이 마시는 차와
신하가 마시는 차의 등급을
달리했던 모양입니다.
왕이 마시는 차가 생강차였으니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달리
생강이 인삼보다 가치가 더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생강이 귀했던 이유?
생강을 귀하게 여겼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흔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생강의 대부분은 주로
전주 지방에서 재배해 공급했고,
농민들이 생강을 재배하면
전주 상인이 생강을 등짐에 메고
지금의 평안북도 의주까지
가져다 팔았는데
이익이 열곱절에 이른다고 했으니
생강 가격이 만만치 않았나 봅니다.
고려 말 조선 초
생강은 아예 나라에서
특별하게 관리하는 품목이었습니다.
금, 은, 동, 소금, 종이와 함께 생강 역시
강소(薑所)라는 특별 창고를 두고
관리했을 정도였습니다.
임금이 특별한 날,
생강을 하사한 또 다른 이유는
귀한 것에 더해
의미까지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논어' 에는 공자가 식사 때마다
생강 먹기를 그치지 않았다고 하는 데
주자가 주석을 덧붙혔습니다.
"생강은 하늘과 통하며
더럽고 나쁜 것을 제거하기 때문이라는 것"
입니다.
공자에 더해 주자까지 이렇게 해석했으니
유교를 받들던 조선의 군주와 양반들은
생강을 고귀함과 청렴의 상징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때문에 인종은 즉위하면서
생강을 선물로 나눠주며
공자를 인용해 당부합니다.
생강 먹는 것을 그치지 않는 것은
하늘과 통하기 위함이요,
더럽고 악한것을 제거하고자 함이니
공자를 사모해
작은 음식도 모범으로 삼고자
생강을 하사하니
서로 전해 그 뜻을 새기라
옛날에는 생강이 이토록 귀한 식재료였고,
임금님께서 백성과 신하에게
특별한 날 하사하실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는 것,
이제는 아시겠지요?
3. 귀함과 특별함의 상관관계? -
소중함을 바라볼수 있는 눈
이렇게 보니,
귀함은 특별함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생강이 대량으로 재배되어
누구나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재료가 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의 소중한 가치를
놓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은 꼭 잃어봐야
그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어리석음을 범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평범함이
사실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일 수 있지는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지요?
어쩌면 우리는 매 순간
축복 속에 살아 숨쉬고 있었으면서,
단지 그것을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생강차를 마시며
평범함에 대한 감사함을 느껴보는 시간을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